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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본색

김연아와 브라이언오서, 그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의 기회를...

 별 생각없이 접속했던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을 때의 기분은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뉴스의 종류에 따라 그 기분도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른바 '터졌다'는 표현의 어감이 그대로 와닿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때론 그 '터졌다'는 느낌이, '터뜨렸다'는 쪽에 더 가까운 순간도 있다.

 오늘 낮, 포탈 사이트 메인 화면을 순식간에 점령해버린 '김연아 - 브라이언 오서 결별' 뉴스에서 가진 느낌은 '터졌다'보다는 '터뜨렸다'는 쪽이었다.
 보도자료를 낸 곳이 'IMG'라는 회사라는 점과 기사를 터뜨린 오늘이 하필이면 김연아의 첫 해외 아이스쇼인 '올 댓 스케이트 LA'의 티켓 오픈일이라는 사실을 연관지어 보면 그 느낌은 더 뚜렷해진다.

 피겨계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거대 회사 'IMG'가 과거 국내에서 열린 김연아 아이스쇼의 캐스팅이나 홍보에 번번이 훼방을 놓았던 전력을 살펴보면, 오늘 그들이 '터뜨린' 기사의 의도도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그 기사로 인해, 순식간에 김연아는 3년간 함께 해 온 스승에게 특별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 결별 통고를 한 배은망덕한 선수가 되어버렸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소속사이면서 아사다 마오의 소속사이기도 하고, 김연아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불편한 관계였던 IMG측에서 터뜨린 그 기사는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의 입장표명 따윈 기다려주지도 않은 채 수많은 국내 언론들의 카피 기사를 양산해냈고, 김연아의 태도와 자질 문제까지 거론하는 기사마저 등장하면서 그런 기사엔 어김없이 따라붙는 갖은 악플의 공격을 받아내야 했다.

 뒤늦게 '올댓스포츠'의 입장도 기사화되었다.
 '올댓스포츠'는 타선수 코치 영입설로 인해서 5월부터 두사람간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6월부터는 김연아 선수 혼자 훈련하며 데이비드 윌슨 안무코치와 안무 작업만 해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결별 통보는 브라이언 오서 측이 먼저 했고 김연아측은 그것을 받아들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브라이언 오서가 김연아의 어머니를 통해 별다른 설명없이 결별을 갑작스럽게 통보 받았다고 전한 IMG측의 보도내용과 상반된 내용이다.
 
 결국 '김연아 - 브라이언 오서 결별' 소식을 전하는 기사들을 모아보면,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번져가는 모양새이다.
 더구나, 두사람 사이에다 '아사다 마오'를 끼워넣으니, 이건 뭐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그림출처 : 디씨인사이드 김연아갤러리]



  "재능있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김연아와 함께 일을 해 무척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터로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  - 브라이언 오서-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큰 목표를 이루는데 함께 해주신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훌륭한 선수들을 많이 키워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 김연아 -


  지금 수많은 언론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두사람이 소속사를 통해 직접 밝힌 입장은 단지 이것뿐이다.
 아직 그 이후의 행보가 확실히 결정되지도 않았고, 보여진 것도 없는데, 굳이 그 행간의 의미까지 짐작해가며 성급하게 그들의 결별을 판단하고 안좋은 말들까지 쏟아낼 필요가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감동을 안겨준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아쉽고 서운하다.  
 
 허나, 그들의 이별이 좋지않은 의도로 쓰여진 기사들에 의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오도되고, 그것을 둘러싼 기분나쁜 풍경 속에서 아름답지 못한 끝을 맞게 될까봐 심히 걱정이 된다.

 조금만 기다려 줄 순 없었을까?
 두 사람에게 아름다운 이별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들에겐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데 말이다.
 꼭 그렇게 자극적이고 냉정한 기사 몇줄로,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갑작스런 충격을 주었어야만 했을까?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김연아 선수의 결별은 분명 우리에게 충격과 아쉬움을 안겨주는 소식이다.
 그런데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좋지않은 의도로 왜곡된 채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다.

 그러나, 그들의 이별을 안좋은 방식으로 이용해먹으려는 이들이 있다 하더라도, 연아와 드림팀이 이루어낸 기적과도 같은 눈부신 결과물의 가치는 결코 깎아내리거나 더럽힐 수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은 멋진 팀이었다.

 그들이 헤어진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을 최고의 드림팀으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