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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본색

브라이언 오서의 언론 플레이에 대한 유감

 이틀 간 참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당사자들이 받고있는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는 오서가 김연아의 코치로 있던 3년간, 이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인터뷰를 하러 다니며 언론 공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김연아가 번번이 납득할 수 없는 편파 판정을 당했을 때에도, 연아에게 불리한 룰 개정이 이루어졌을 때조차도 그는 제대로 된 항의나 해명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마치 성인군자라도 된 양 침묵을 지키며, '그런 어려움도 모두 연아가 견뎌내야 할 몫'이라고 말해왔던 그였다.
 그가 이렇게까지 언론 플레이를 능숙하게 잘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왜 진작 연아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주질 않았었는지, 새삼 분노가 치민다.

 어제는 운동도 포기하고 집에 가서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만 분한 생각이 들어서 일어나 앉았다가 다시 누웠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컴퓨터를 켜고 접속한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에는 '김연아 아리랑'이라는 검색어가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용인 즉슨, 브라이언 오서가 AFP와의 인터뷰 도중 김연아의 새 시즌 프리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누설했다는 소식이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진흙탕 진실공방'에 관한 기사제목들로 온통 채워져 있던 자리는, '신의 져버린 오서', '도 넘은 오서' 등의 제목들로 바뀌어 있었다.

 어제까지 하신 것만으로도 이미 내가 그분에게 할 수 있는 실망은 다 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 정도까지 하실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도를 넘어버리니까 이젠 원망이나 증오도 사라져버린다.
 그동안 가졌던 존경과 감사를, 그래도 다 포기되지 못한 미련, 또는 배신감을 말끔이 씻어주셔서 차라리 이런 무리수를 두신 그분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생길 정도이다.

 여기서 노래나 한 곡 듣고 가자!

 오서가 부릅니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

  '정말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었는데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언플해서 미안해~  ...'
 


  이런 와중에...
  내년 3월,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요요기 경기장'에서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아리랑'에 맞춰 아름답고 멋진 퍼포먼스를 펼치고있는 연아를 상상하며 잠시나마 통쾌해하고있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승냥이인가보다. 승냥이의 털이 더 자라기 전에 자제를 좀 해야지.

 이 일로 인해 힘들어하고있을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을 보내주고 싶다. 

 모두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