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Sun, 25 Apr 2010 20:46:04 -0400
Hi Yuna, hope you are well and getting some rest. i am sure you have heard some of the rumours that have been going around about Mao. I just want you to know that I am loyal to you and am always here for you. Her agency did inquire about me ( and team ) working with her, I told them that you are my first priority. I have to say that I was flattered she has an interest, but your skating comes first.
Let me know if you have any concerns or thoughts. I wanted to contact you and tell you how this all happened.
When are you arriving? and do you have any idea what you are feeling for next year? maybe we should talk about this.
All the kids are missing you here at the club.
Please be in touch. B [from : Philip Hersh 블로그]
위의 글은 브라이언 오서가 김연아에게 보냈지만 답변을 못받았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바로 그 이메일이다.
내용을 보면 제목대로 루머에 대해 해명하는 듯한 메일이지만, 스스로 루머라고 칭한 그 사실을 당시 김연아의 소속사였으며 계약종료를 앞두고있던 IB 스포츠 측에 흘려 기사까지 나오게 했던 장본인은 다름아닌 오서 자신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 양반은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사다 측은 일본 언론을 통해 오서에게 코치 제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발빰했고, 오서의 이메일 상에 쓰인 말 역시 offer가 아니라 inquire였다는 것을 보면 실제적인 제의는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오서는 도대체 왜, 실제적인 제의도 아닌, 단지 의사를 타진하는 정도의 제안을 받은 사실을, 하필이면, 당시 김연아와의 재계약 문제로 불편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었던 IB 스포츠 측에 흘려서 기사까지 나오게 만들었던 것일까?
올림픽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던 지난 4월, '오서, 아사다 측으로부터 코치 제의'라는 기사가 터졌을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여야 했다. 그 무슨 막장 드라마같은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김연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주변사람들은 주로 나에게 연락을 해오거나 직접 찾아와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내 주변에서도 적잖은 동요가 있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오서는, 자신이 그렇게 가볍게 흘린 말이 한국사회에선 어떤 반향을 일으킬 것이며, 자신의 제자인 연아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정녕 몰랐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경솔하고 가벼운 사람이었나?
오서가 연아의 코치로 있었던 지난 3년 간, 내가 바라본 오서는 매우 조심성있고 사려깊은,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한 모습이었다.
김연아가 번번이 납득할 수 없는 편파 판정을 당했을 때에도, 연아에게 불리한 룰 개정이 이루어졌을 때조차도 그는 제대로 된 항의나 해명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예로, 2009년 도쿄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아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 점프가 납득할 수 없는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을 때, 2명의 테크니컬 심판을 제외한 모든 심판이 완벽한 점프라고 인정을 했고 국내외 수많은 해설자들이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때도 오서는 마치 성인군자라도 된 양 침묵을 지키며 지나칠 정도의 신중함을 보였다. 오히려 그는 '그런 석연찮은 판정으로 인한 어려움도 모두 연아가 견뎌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몇일 동안에는 각종 매체들과 적극적인 인터뷰를 하고 캐나다 TV방송까지 출연해서 일방적인 결별통보를 받았다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처절한 호소를 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까지 언론 플레이를 능숙하게 잘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왜 진작 연아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주질 않았었는지, 새삼 분노가 치민다.
메일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는 메일을 통해 연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I have to say that I was flattered she has an interest"
"그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내가 우쭐해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내가 영어가 짧아서 이 문장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내가 연아라면, 이 말을 듣고 코치에 대한 깊은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
올림픽 챔피언의 코치가 아주 큰 점수차로 완패한 준우승자의 러브 콜을 받고 도대체 왜 우쭐해 하는거지?
더구나 상대는 다른나라도 아닌, 바로 일본 선수인데 말이다.
한국과 일본의 뿌리깊은 민족적 대립을, 오서도 잘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텐데...
아무리 쿨하게 받아들이려 해도, 나는 이 문장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주변사람들이 '오서의 아사다 코치 영입설'에 대해 물었을 때에도, 나는 김연아의 전 소속사 IB 스포츠가 김연아와의 재계약을 노리고 연아의 완벽한 이미지를 깎아내릴 목적으로 쓴 음해성 기사일 것이라 얘기하며 오서(당시에는 오서샘이었다)를 변호했었다.
오서는 이 문장보다 그 뒤에 따라붙는 'but your skating comes first'를 더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메일을 공개하며 'I am loyal to you', 'you are my first priority' 등의 말을 강조해 '김연아를 최우선 순위'로 두었음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그러니까, 오서가 김연아에게 이 메일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말은 '아사다 마오의 코치는 절대 되지 않을거야'가 아니라, '나에겐 김연아 네가 1순위야'였던 것이다.
그런데, 김연아가 1순위라는 것은, 김연아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맡을 수도 있다는 뜻인거다. 김연아가 오서와 계약을 유지할 생각이 없다면, 오서는 아사다에게도 갈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면, 연아는 오서가 보낸 이런 내용의 메일을 과연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했단 말인가?
"나는 이제 아사다 마오에게까지 코치 제의를 받을 정도의 코치가 되었는데, 그래도 내겐 니가 최우선이니, 나를 계속 붙잡으려면 알아서 잘 해!"
내가 연아라면, 뭐 이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짧은 메일이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있는 듯 한데, 동서양의 차이라고 하기에도 나로선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 많다.
그리고 오서가 아사다 마오의 코치 제의는 거절했다고 했지만, 일본 쥬니어 선수 8명을 크리켓 클럽으로 불러 가르쳤고 그것으로 인해 일본 빙상연맹 관계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김연아 선수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대목에서 한국인으로서 피가 끓는 분노를 느낀다면, 나는 쿨~하지 못한 국수주의자일까?
연아가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향하는 비난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전하며 충분히 신중했으며 하늘에 맹세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어 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면서도 끝내 밝힐 수가 없었던 부분 중에는 이런 문제들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난 3일간 참으로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당사자들이 받고있는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연일, 같은 주제로 포스팅을 올리고 있는데, 이것이 제발 이 주제의 마지막 포스팅이 되길 스스로 바라고 다짐해본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결국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김연아쪽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바로 그것이 싸움을 건 쪽의 의도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진흙탕 진실게임 공방전으로 김연아의 이미지만 나빠진다고 말하는 이는 많아도 정작 진흙탕을 헤집어서 진지하게 진실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김연아의 예의없어보이는 태도를 탓하거나 김연아 엄마를 박세리 아빠나 박태환 아빠 등과 싸잡아 묶어서 '엄마가 설치면 어쩌고 저쩌고' 하며 연아를 진흙탕 속으로 더 깊이 밀어넣으려 하거나, 이젠 지겹고 관심도 없다며 덮어버리려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내 주변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연아측의 미숙한 언론 대응을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도 한때 같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했던 국민 영웅을 과연 어떤 식으로 대했는지 아주 잠깐만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3년 동안, 하루에 50분, 1주일에 총 5시간을 함께 한 코치에겐 특별한 예우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생활도 버리고 13여년을 한몸처럼 쫓아다니며 딸을 올림픽챔피언으로 만들어내는데 헌신한 연아 어머니는 왜 그런 혹독한 비난을 들어야하는건지...
진실공방의 진흙탕 싸움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왜 구해주려고 손을 내밀 생각은 못하는건지...
참으로 복잡한 생각으로 마음이 혼란스럽던, 그런 몇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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