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끔찍한 사진은 영국의 National Obesity Forum이라는 단체가 제작한 광고사진을 다시 편집한 것이다. 한살바기 아가들의 보드랍고 천진한 얼굴 아래에 끔찍한 몸을 매치시켜 소아비만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사진이다. 가히 정신이 번쩍 들만한 사진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식생활을 시작한다. 엄마의 젖꼭지나 그와 유사한 물체를 입술에 가져다대기만 하면 강하게 흡인하는 반사(sucking reflex)를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서, 눈을 뜨지 않고도 엄마젖이나 젖병을 찾아물 줄 안다.
약간의 점성이 있는 흰색 액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유일한 음식인 줄 알고 살아가던 아가는, 점차 어른들이 먹고있는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른들이 씹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시늉을 하게 되는데, 그때가 바로 이유식을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
이유식은 주식으로 먹고있던 모유나 분유를 점차 줄이면서, 어른들이 먹는 고형식을 먹기 위한 수련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동식에서 반고형식을 거쳐, 어른들과 비슷한 밥을 먹게 될 때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 이 시기에 다양한 음식들을 접하면서, 아이는 식생활의 기본을 배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양육자이면서 동시에 선생님인 것이다. 과거에는 양육자가 어머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할머니나 연변 아주머니, 혹은 어린이집 선생님 등이 되는 경우도 많다. 누가 돌보든, 아이는 가장 가까이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식습관을 그대로 느끼고, 보고, 배울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질환이 그렇듯 비만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비만 유전자(ob gene)가 밝혀진 이후로 비만의 유전적인 소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비만하거나, 부모 모두 비만한 경우에 그 자녀가 비만할 가능성은 양쪽 부모 모두 비만하지 않은 아동에 비해 4~5배가 높다. 또한, 형제 중 비만아가 있으면 다른 형제도 비만하게 될 확률은 50~80%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유전적인 요소도 강하게 반영되고 있지만, 가족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등의 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생활을 비롯한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가족과 함께 하고있는 만큼, 아이의 식습관과 생활패턴은 가족의 그것을 닮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꼭 유전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생활습관병으로서의 비만이 가족력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엄마, 아빠, 다른 형제들 모두 뚱뚱하지 않은데, 한 아이만 뚱뚱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실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원인을 가족 내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나들 몰래 막내 손자에게만 칼로리 높은 간식을 많이 사다주는 친할머니가 계신다거나, 형과(혹은 동생과) 자꾸 비교를 당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먹는 것에 집착을 하게 된 경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경우에는, 무조건 굶는 다이어트나 약물치료는 시도할 수 없다.
식이요법에 의한 감량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어야 하며, 성장에 필요한 필수적인 영양분 섭취를 빠뜨려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저열량, 저탄수화물, 저지방질, 고단백질 식이요법이 시행되어야 한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여 포만감을 유도하고, 배변을 원활히 하는 것도 수반되어야 한다.
꾸준한 운동습관도 필요하다. 적절한 운동량을 매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루동안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 장소, 시간, 기분, 자세 등을 빠짐없이 세세하게 기록해보는 식사일지나 하루 동안의 활동과 운동을 기록하는 활동일기를 작성하는 것은 아이의 전반적인 행동교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이론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 혼자만, 혹은 엄마 혼자만의 노력으로 실천하기는 힘들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가족의 역할이다.
우선은, 비만한 소아나 청소년이 있는 가족 전체가 아이의 비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고, 가족 전체가 아동 비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한다.
"그만 좀 먹어라.", "운동 좀 해라"는 식의 핀잔은, 도움은 커녕 스트레스만 안겨줘서, 아이에게 오히려 더 안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음식에 대한 욕구를 아이 혼자 스스로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가족 전체의 식생활 패턴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의 패턴도 마찬가지다. 아이 혼자 변화하도록 강요하기 보다는, 가족 전체가 변화에 동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식을 줄이고, 가족 식단을 고영양, 저열량 식품 중심으로 짜고, 저녁 식사 후에는 야식을 먹으며 TV 앞에만 모여있기 보다는, 주변의 공원이나 강변을 함께 산책하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이처럼, 온 가족이 함께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활동량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함께 땀흘리며 운동을 하는 건강한 가족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이의 비만을 개선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다음은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권장하는 '소아비만 관리를 위한 식생활 가이드 라인'이다.
- 아이가 가지고 있는 체중에 대한 염려를 적극적으로 들어주세요.
- 과일과 채소를 많이 사주고, 마트나 수퍼에서 직접 고르게 하세요.
- 아침을 꼭 드세요. 아이가 배고프면 스낵류 등의 고칼로리 음식을 찾게 됩니다.
- 먹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보상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 음식의 양을 강제로 조절하려고 하지 말고, 얼마나 먹을 것인지 직접 선택하도록 하세요.
우리 아이가 뚱뚱해서 걱정이라면, 아이가 먹고있는 것을 뺐고, TV 보며 누워있는 아이를 무턱대고 야단치기 전에, 그 옆에 함께 누워서 스낵을 먹으며 TV 보고있는 아빠를 먼저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은 얼마나 제대로 먹고 있고, 얼마나 건강한 생활패턴을 갖고 있는지 차근차근 돌아보아야겠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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