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는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다 새벽에 눈이 번쩍 떠졌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그 무서운 느낌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꿈의 내용도 기억나진 않았지만, 온몸을 조여오던 그 공포스런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나 둘, 프레디가 다가온다. 셋 넷, 대문을 잠궈라. 다섯 여섯, 십자가를 가슴에. 일곱 여덟, 늦게까지 깨어있어라. 아홉 열, 잠들지 말고...
지금의 케이블TV가 아닌, 유선방송 시절에 비디오 채널에서 재탕삼탕 보았지만, 한번도 첨부터 끝까지 본적은 없는 '나이트메어'의 괴물 프레디는, 인간이 가장 무기력해지는 순간인 꿈속에 나타나 무참한 살육을 저지르는 '꿈의 지배자'이다.
잠을 자지않고 살 수 없는 인간에게 '잠들지 마라'는 경고는, 화장실의 공포만큼이나 원초적이고, 그래서 더 세다.
악몽에 시달린 다음날 스케치북에다 꿈의 내용을 그려보는 아이처럼, 나는 이 블로그에다 악몽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75%의 소아는 적어도 한번 이상 악몽을 경험하고, 성인의 경우에도 절반이 일시적인 악몽을 경험한다고 한다. 대부분은 독립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심한 경우에는 개인에게 심각한 고통를 유발하거나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있다.
성인에게 악몽이 지속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정신질환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혹은 약물 및 알코올의 남용 등의 원인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하나의 질환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발달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질환의 의미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왜 꿈을 꾸는걸까?
1953년 미국 시카고 대학의 생리학 교수인 크라이트만과 그의 조수 의과대학원생 알젠스키는 잠든 어린이를 관찰하다가 닫혀진 눈꺼풀 안으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고, 이 상태를 렘(REM : Rapid Eye Movement)수면이라고 불렀다. 연구결과 크라이트만 박사는 이 렘수면 상태에서 꿈의 80% 정도를 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자는 사람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은 곧 꿈 속의 대상을 쫓고 있다고 하였다.
수면은 피로해진 대뇌를 쉬게하여 재생시키기 위해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생체방어수단이며, 신체를 잘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뇌의 기능을 일시정지하는 기간이다. 고등동물의 경우, 대뇌의 깊은 휴식을 위하여 뇌를 위한 깊은 잠(Non-REM 수면 3,4 단계)과 몸을 위한 잠(REM 수면)으로 분화되었다.
꿈은 주로 렘수면에 이루어지는데, 렘수면은 정상적인 수면의 약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평균 여덟시간 정도 자는 경우에는 약 2시간의 꿈을 꾸게되는 것이다. 대개 꿈은 다음 Non-REM 수면의 깊은 4단계 수면에서 지워지지만, 깊은 수면을 얻지 못하거나 바로 각성이 되면 꿈의 내용까지 기억에 남게 된다.
어린 아가들도 꿈을 꿀까?
꿈의 내용은 나이에 따라 다른 성향을 보인다.
어린 영아의 경우에는 대개 분리불안이 그대로 꿈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엄마, 혹은 아빠로부터 격리되는 꿈을 많이 꾼다고 한다.
만2세 무렵이 되면, 구체화된 괴물이나 무서운 동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린 소아들의 경우, 최근의 충격적인 사건, 예를 들어 길을 잃었다거나, 예방접종을 했다거나, 큰개한테 물렸다거나 하는 등의 사건이 꿈속에서 재현되기도 하고, 좀 큰 아이들의 경우에는 무서운 영화나 TV 프로그램, 괴담, 혹은 낮동안의 공포스런 경험 등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소아의 경우에는 꿈과 현실을 잘 분간하지 못하여, 악몽에서 깨어나면 다시 잠자리에 들기를 무서워 하고, 위안을 줄만한 대상을 찾게된다.
무엇이 악몽을 꾸게 할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충격적인 사건 후에는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불안이나 우울도 악몽의 빈도와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잠을 충분히 못자는 경우에도 보상적으로 REM 수면이 증가하여 강하고 선명한 꿈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약물이나 알코올의 복용도 원인될 수 있다.
심한 악몽에 시달린다면?
소아의 경우에는 발달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라면서 빈도가 줄고, 지속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도 드물다.
물론, 너무 심한 악몽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서 정상적인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상적인 생활에 영향을 받을 정도면, 소아라고 해도 상담과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성인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겠다. 심한 스트레스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같은 정신적인 원인은 없는지, 수면장애는 없는지,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은 아닌지 면밀히 살피고, 원인이 되는 요소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어렸을 때부터 가끔씩 우는 꿈을 꾼다. 자다가 엉엉 울어서 옆에서 자는 작은누나가 놀라서 깨운 적도 몇번 있다.
요즘도 가끔씩 꿈속에서 우는데, 그렇게 한바탕 울다가 깨어나면 어딘가 가슴이 후련한 느
낌이 들 때도 있다.
꿈이라는게 여러모로 참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과거의 이벤트가 그대로 재현되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꿈속에서 먼저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상상 속에도 없던 공간에서 기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꿈이라는건, 낮 동안 활동하느라 지친 뇌세포들이 자기들끼리 역할극을 짜서 재미있게 한판 노는건 아닐까?
그러다 자기들끼리 감정에 북받쳐 울기도 하고, 한없이 행복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온몸을 엄습하는 공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34년을 살고, 34년을 꿈꿔왔지만, 꿈이란건 여전히 참 신비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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