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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가이드-여행

[사진으로 다시 떠나는 여행] 나홀로 대만 여행 (2009년 4월)

 

- 여행기간 : 2009년 4월 24일 ~ 26일

- 여행 참가자 : 나

- 여행지 : 타이페이, 지우펀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소식과 함께 전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나에게도 치명타를 입혔다. 어려워진 사업을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그대로 날려버리게 된 것이다. 그 돈은 여유자금도 아니었고 개원을 염두에 두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돈이었기 때문에 빌려준 돈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나는 계속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했다. (지금은 많이 갚았지만, 아직도 내 월급에서 일정 액수의 돈이 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다.)

 2009년 4월은 그 절망적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을 때였다. 뜻하지 않게 한달 이상 일도 쉬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절망의 어둠 속에 칩거하는 대신 내 삶에 대한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도발을 택했던 것 같다. 쉬는 동안 휜코 교정, 치과 치료 등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못받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찾아서 하고, 내 드림카 중 하나였던 '미니쿠퍼(지금 타고있는 미니 로드스터가 아니고 11개월만에 눈길사고로 떠나보내야했던 해치백 미니쿠퍼.)'를 리스로 구입했으며, 무리해서 여행도 다녀왔다. 경제적인 압박과 그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지만, 다소 무모했던 그런 시도들이 결국엔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준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내 삶 자체에 대해 깊이 몰입하고 절실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인생 공부라 하기에는 수업료가 (인생 자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너무 과했지만, 잃은 것만큼 얻은 것도 많다는 것은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내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고,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위기를 맞기 전보다 지금의 연봉은 대략 1.9배가 올랐다.) 그리고 인생의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야말로 '초대형 삽질'로 인생의 큰 위기를 자초한 나를 탓하거나 야단치지 않고 '엎어지면 쉬어가라'고 얘기해주며 그냥 무덤덤하고 편안하게 대해준 어머니, 그리고 묵묵하게 나를 지지하고 지원해준 가족들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혼자 떠난 대만 여행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는 만큼, 두고두고 잊지못할 여행이 될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른 풍경들, 그 속에서 분주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마음속 상처까지 달래던 맛있는 음식들... 그때 샀던 옷이나 물건들은 이미 안입고 안쓰게 된 것들도 있는데, 그때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꼈던 기억들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걸 생각해보면, 경험적 소비의 우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첫째날 (2009년 4월 24일)

 

 공항에서 리무진을 타고 타이페이역 근처의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방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프론트에 짐만 맡겨두고 호텔 근처의 식당들을 물색하다가 배가 너무 고파져서 그냥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타이페이에서의 첫 점심을 근사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포장지에 한자가 인쇄된 빅맥을 먹어보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호텔 맞은 편의 타이페이역.

호텔에서 샤워하고 옷을 가라입은 후 지우펀으로 가기 위해

지우펀행 버스가 있는 중샤오푸싱역으로 갔다.

 

 

 

[딘타이펑 @ 소고백화점, 중샤오푸싱역]

 

중샤오푸싱역 근처에 있는 소고백화점 지하에는 딘타이펑 분점이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맥도날드로 점심을 떼운 아쉬움도 달랠 겸 딘타이펑으로 갔다.

1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있었지만, 본점은 훨씬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이미 들었었기 때문에

별 동요없이 참고 기다릴 수 있었다.

'샤오롱바오'를 시키자 종업원이 '먹어본 적 있냐'고 물어봤고,

(사실은 명동 딘타이펑에서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 '없다'고 대답하니까,

먹는 방법이 그림과 함께 영어로 쓰여진 설명서를 갖다 주었다.

 

반찬도 시키지 않고 딱 '샤오롱바오'만 시켰다.

 

본고장에서 먹어보는 '샤오롱바오'는 기분학상으로 뭔가 특별함이 있었다.

 

 

 

[지우펀]

 

 

 

 

 

 

여행 안내책자에서 많이 보았던 익숙한 골목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냥 여기저기 카메라만 들이대도 그럴듯한 그림이 나왔는데,

그때 라이카가 없었던 것이 좀 아쉽다.

 

 

그 당시는 '온에어'의 열풍이 아직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장기준과 서영은이 차 마시는 장면을 촬영한 카페 입구에서 반가운 포스터를 만날 수 있었다.

'내장까지 치밀어 오르는 듯한 역한 초두부 냄새를 맡고

과연 오승아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고 혼자 상상하며 웃었다.

 

 

 

 

장기준과 서영은이 차 마셨던 바로 그 카페 테라스에서 우롱차 한잔 했다.

 

사진 촬영을 부탁했는데 사진이 잘나오는 위치까지 알려주며 셔터를 눌러준, 친절한 일본인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

 

 

다시 타이페이로 돌아오는 길에는 기륭역에서 기차를 타는 방법을 택했다.

 

호텔방에 돌아와 거품 목욕 하며 허세 놀이~^^

 

 

 

둘째날 (2009년 4월 25일)

 

 

[타이페이 101]

 

일찍 서둘러 호텔방을 나와서 타이페이 101으로 향했다.

 

 

 

지하 1층부터 전망대 매표소가 있는 지상 5층까지는 멋스러운 쇼핑몰과 식당가로 꾸며져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타이페이 시내 전경.

 

전망대에서 사먹은 아이스크림.

 

엘레베이터 내부에서 엘레베이터의 현위치를 알려주는 모니터.

 

한 끼만은 제대로 된 풀 코스를 먹어보고 싶어 '화영'이라는 Chinese Cuisine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내가 주문했던 코스요리다.

 

 

 

이 전체 요리는 돼지고기와 새우가 들어가있었던 것 같은데 맛이 어땠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난생 처음 먹어본 샥스핀은 먹어본다는 것 자체가,

더구나 본고장에서 첫 경험을 한다는 것이 호사스런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간장 소스 대구찜은 혀에 닿자마자 녹아버렸고,

 

 

 오렌지 소스 포크립은 오렌지가 육즙인지 돼지갈비가 오렌지인지 헷갈릴만큼 절묘한 맛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볶음밥도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사진은 한참 먹다가 찍은거라 좀 이상하게 나왔다. ^^)

 

 

 

디저트로 나온 것은 과일과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풀코스 정찬이 끝난 후 상큼한 디저트로 입안을 정리하며 한숨 돌리다가 창밖을 내다봤는데

여러대가 나란히 일렬로 서있는 미니쿠퍼의 행렬을 발견고는

고국에 두고온 미니쿠퍼 생각에 잠시 빠졌더랬다.

 

웨이트리스에게 사진촬영을 부탁해서 인증샷 한 컷 남기고...

 

 

[신공 미스코시]

 

 

원래의 둘째날 계획은

오전에 타이페이 101에 가서 점심을 먹은 후 온천을 가려고 했었는데,

 타이페이101의 멋스런 샵들에 발목이 잡혀 시간이 좀 늦어졌다.

그리고 타이페이 101에서 나와 씨티홀역으로 가던 나의 발길을 이끈 신공 미쯔코시 백화점의 무수한 건물들은

좀처럼 날 쉽게 놓아주지 않아서,

나는 해질 무렵까지 장장 7시간 동안 시티홀역 일대에 머물게 되었다.

결국 온천행은 포기하고 말았다.

 

 

 

셋째날 (2009년 4월 26일)

 

 

[소고백화점 @ 중샤오푸싱역]

 

마지막날 오전, 중심가에만 머무느라 못간 고궁 박물관을 다녀오기엔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랐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정한 마지막 코스는 역시나 SOGO 백화점.

못다한 쇼핑과 식사까지 해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역시 가장 익숙하면서도 만만한 백화점밖에 없었다.

 더구나 소고라면~^^

위의 사진은 꼭대기 층에 꾸며져있었던 일본식 정원이다.

당시의 대만은 홍콩보다 왜색이 더 강한 듯 했다.

여성들의 스타일과 화장법도 일본풍이 많았고, 음식점도 중국집보다 일본식 퓨전 음식점이 더 많은 것 같았고,백화점도 일본계가 대세였던 것 같다.

 

일본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던 다케오 키쿠치가 대만에서도 날 아는 척 했다.

사랑스런 모자와 가방은 외면하기 힘들었다.

다케오 키쿠치는 역시 옷보다 소품이 멋졌다.

 

타이페이 시내에서 먹은 마지막 식사다.

소고백화점 식당가에서 먹은 쇼마이와 우육환.

계산해준 점원은 왜 그렇게 적게 먹었냐며 부족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그래도 나름 배불렀는데...

 

 

 

[타이페이 공항]

 

 

 

 

 

터미널2에 꾸며진 '난'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내가 타고올 비행기 캐세이 퍼시픽은 터미널 1에서 수속을 해야 했지만,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가서는 터미널 2로도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딘타이펑과 같은 스승 아래 다른 제자가 차렸다는 만두 체인, 디엔수이러우가 터미널 2에 입점되어 있었다.

'고기만두' 딱 하나를 주문해서 먹었다.

고기만두 하나였지만, 대만을 떠나기 전에 먹은 마지막 음식으로는 매우 적합했던 것 같다.

 

 

 

 내가 아고다를 통해 직접 예약했던 호텔이 좀 낡고 좁았던 것만 빼면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런 여행이었다. 밤에 돌아다녔던 것은 사진으로 남아있는게 없어서 패쓰~^^

 

 봉직의는 휴가 자체를 많이 쓸 수 없고, 지금 다니는 병원은 휴일 포함해서 5일 이상은 연속휴가를 낼 수 없어서 해외여행은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고, 더구나 아시아 지역 외의 장거리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 가고 싶고, 어렵게 가는 여행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길을 가다가 큰 가방 끌고 가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막 뛴다.

 

 하지만 여행의 기회는 언제든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와있을 그 여행의 순간이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지금 이순간을 더 충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단련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더 편리하고, 더 몰입된 여행을 위해서 영어공부도 틈틈이 해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느 미래에 미정의 여행지에 있는 나를 상상하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고, 운동도, 영어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