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lectronica

그들이 만나게 해 준 새로운 세계 - 모데라트 콘서트


어제(7/23) 논현동 Platoon Kunsthalle에서 독일의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Moderat'의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그저께 이러저러한 콘서트가 있으니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평일밤에 출근했던 복장 그대로 그런 핫한 플레이스에 간다는 사실이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고, 대체 어떤 형태의 공연인지 쉽게 짐작이 가지않는 이 콘서트가 썩 끌리는 것도 아니어서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더랬습니다. 더구나 입장료 4만원에서 5천원을 할인받으려면 미리 은행에 입금하여야 한다는 사실도 조금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몇차례의 망설임을 이기고, 몇킬로그램의 귀찮음을 참아낸 저는 어느새 쿤스트할레 입구까지 와서 예매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받은 후 Lt. inner wrist에 입장을 허락하는 스탬프를 찍게 됩니다.

다들 나름 스탈뤼쉬한 피플들 틈에서 일행들과 합류한 저는 冷やし가 좀 덜된듯한 밀러로 목을 축인 후 주변을 흘깃흘깃 둘러보며, 또 일행들과 드문드문 얘기를 나누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마자 열광적으로 몸을 흔들어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오피스 웨어에 명품 핸드백을 맨 채 몸을 흔들어대고 있는 두 여성은 어쩌면 자신들이 맨하탄의 커리어 워먼이 된 듯한 환상에 빠져있는지도 모릅니다. 
음악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산만하게, 마치 누군가를 찾는듯 끊임없이 주변을 서성거리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그들은 애초에 콘서트 따윈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 부류의 다양한 사람들과 다채로운 풍경들 너머에서 세명의 남자가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뭔가를 조정하고 있고, 그들 중 한명은 기타를 메고있었으며, 그들 뒤로 펼쳐진 세개의 분리된 스크린에서 의미를 쉽게 알 순 없지만 웬지 눈을 계속두고있게 만드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비트와 리듬, 단순한 선율... 사실 처음엔 쉽게 몰입되기 어려웠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산만한 주변 풍경의 일부로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크린에 계속 시선을 고정하면서 음악에 집중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음악을 즐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좀 더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은 생각에 무대 근처로 다가갔습니다.
무대 앞은 외국인들의 비율이 좀 더 높았고, 좀 더 열광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음악에 취한 건지, 자신들의 댄스에 취한건지 알수는 없었지만, 암튼 즐기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그들처럼 몸을 격하게 흔드는 대신 스크린과 음악에 좀 더 몰입해보기로 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집중하고자 하는 노력 따윈 잊어버린 채, 특별히 몰입하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자유롭게 음악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치 그들로부터 내 심장박동을 조절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내 자율신경계에 어떤 effect를 미친 것인지, 암튼 그들의 음악은 제 안에서 어떤 짜릿한 화학작용을 야기시켰고, 저는 그것을 즐겼습니다.

콘서트가 끝난 후, 일행들에게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더니 '진심이냐고?' 오히려 반문하더군요.
교감을 느끼기엔 너무 약하지 않았냐고, 지루하기까지 했다는 의견들이 많더군요.

암튼 저는 너무 좋아서 좋았다고 말한건데 오히려 의심하는 분위기.

아직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기쁨들이 많을 것이라는 어떤 기대와 희망도 품게 만든 콘서트였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종류의 경험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