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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본색

'김연아 예술가가 아니라 운동선수'라는 기사제목에 대한 딴지

 - 김연아 '저는 예술가가 아니라 운동선수예요'

 오늘 각 포탈싸이트의 첫 화면을 장식한 스포츠서울의 김연아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꼭 이렇게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어야만 했을까? 
 어떻게 들으면 이말은 김연아의 경기를 보며 예술적인 감흥을 느낀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번 인터뷰에서 이 말이 제목으로 쓰일 만큼 중요한 내용이었을까?

 이러한 제목이 나오게 된 인터뷰 부분은 다음과 같다.

-기자 : 최근 진중권 씨는 '아사다 마오를 보면 피겨가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지만, 김연아의 연기를 보면 스포츠가 아닌 예술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올바른 비교라고 보는가?
 - 연아 : 솔직히 진중권 씨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는데…^^. 어쨌든 피겨라는 종목이 스포츠 중에서도 예술적인 요소가 중시된다는 특성이 주목받는 것 같다. 나도 아직 정리가 된 생각은 아니지만 예술적인 성격과 스포츠적인 성격, 둘을 명확히 구분짓는 것 자체가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좀 단순하게 대답하자면, 나는 나를 운동선수라고 생각하지, 예술가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누구도 피겨선수 김연아를 예술가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진중권씨도 김연아의 풍부한 연기력과 예술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지 김연아를 예술가로 규정지은 것은 아니다. 진중권씨의 의견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갖는 생각과 같으며, 바로 그 점이 피겨선수 '김연아'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김연아의 발언은 자신을 약간 낮추려는 겸손함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저런 질문에 대해서, "저는 마오보다 훨씬 예술성이 뛰어납니다"라고 대답하며 거만을 떨었어야 옳을까?
 김연아는 그저 열심히 연기에 임하는 선수일 뿐이고, 평가는 심사위원과 대중이 하는 것이다. 김연아의 경기에서 스포츠를 느끼든, 예술을 느끼든, 그것은 보는 사람의 자유이며, 김연아가 자신의 입으로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위와 같은 기사 제목은 김연아를 오해하게 만들고, 보는 사람도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피겨가 스포츠 종목이란 것, 피겨선수 김연아가 운동선수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김연아는 예술가가 아닌 운동선수'라니... 그래서 뭘 어쩌라는건지, 이런 제목을 붙인 기자의 의도를 알고싶다. 김연아의 경기에서 예술을 느끼지 말고 그냥 스포츠로만 보라는 뜻인가? 

 김연아의 겸손한 발언이 자칫 보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을 무시하는 거만함으로 읽힐까봐 사뭇 걱정스럽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고,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화제가 되는 김연아 선수인 만큼 그 파급효과를 생각해서, 기사를 쓰실 때에나 제목을 정하실 때에 좀 더 신경을 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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