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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본색

김연아가 우리에게 주는 것

 뜻대로 돌지못한 점프와 한번의 엉덩방아에 요동치던 가슴은 무너졌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기다린 점수는 아사다 마오에 조금 못미친 점수였고, 점수 아래 2자가 새겨진 순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18세의 김연아는 넘어지고도 다시 꿋꿋이 일어나 금새 제 스피드를 찾아가는데, 무너진 34세의 마음은 추스리기 힘듭니다.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고 의연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는 김연아의 담대함은 16살 더 많은 이 삼촌승냥이를 부끄럽게 하는군요.

 이미 그랑프리 파이널을 2연패한 김연아가 이번 한번쯤은 마오에게 우승 자리를 내준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닐겁니다. 김연아에겐 아직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정복해야 할 더 큰 무대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그리고, 억척스런 일본 언론과 성질 고약한 타티아나 타라소바에게 압박받아온 마오의 숨통을 좀 틔워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요. 
 2위의 연아가 우승한 마오를 안아주는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연아의 우승은 시원한 쾌감을 안겨주고, 연아의 2위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투지, 실수 후에도 흔들림 없이 끝까지 연기에 몰입하는 정신력, 주어진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줄 아는 성숙함,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프로근성.
 
 살아가면서 이렇게 가슴 떨리는 경험을 때마다 안겨주는 것도 고마운데, 그 외에도 연아는 우리에게 주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오늘도 이 삼촌승냥이가 18세의 연아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