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클러버의 센세이션 코리아 체험기 1편( http://peterlog.com/128 )'을 올린 후로부터 불과 한달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내겐 마치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 한달의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나는 이미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에 넘어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사이에 다녀왔던 'UMF 코리아의 후기( http://peterguide.net/10144734672 )'를 '센세이션 2편'보다 먼저 올리는 바람에, 그것이 '센세이션 1편'에 이어지는 내용이 되어버렸다. '센세이션'과 함께 시작되었던 올 여름의 폭염이 다 물러가기 전에 후기를 마무리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위를 몰아내는 거센 비가 내리는 늦은 여름날에 '삼촌클러버의 센세이션 코리아 체험기 2편'을 시작한다.
[오프닝]
'화이트'라는 테마를 온몸으로 느끼게하는 백색섬광의 폭발과 함께 시작된 오프닝은 아직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진 휴대폰과 카메라의 수많은 액정화면들 역시 또하나의 장관을 이루는 풍경이었다.
대서양 바닷속 용궁의 왕족들이 사용하는 비데는 저런 모양이 아닐까 하는 장난스런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물줄기도 힘차게 솟아 올랐다.
[미스터 화이트(Mr. White)]
'센세이션'의 뮤직 호스트로서 '센세이션'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미스터 화이트'.
비누방울을 부는 아가씨들이 요염한 자태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누방울들이 카메라에 좀 더 잘 잡혔으면 좋았을텐데...
그나마 이 사진은 비누방울이 비교적 선명하게 잡힌 듯 하다.
검은 안경이 없으면 구분이 안될 정도로 온통 하얗기만 한 '미스터 화이트'의 모습이 무대와 너무 잘 어울려서,
그가 마치 무대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센세이션'에서 '미스터 화이트'는 단순히 이 공연의 컨셉과 음악을 소개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만으로도
상당한 존재가치를 가지지만,
'미스터 화이트'가 곧 ('센세이션'이라는 브랜드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서브 브랜드'이기도 하다.
[닉 판시울리(Nic Fanciulli)]
DJ, 프로듀서이자 Saved Record라는 레이블의 오너로도 유명한 영국 출신의 닉 판시울리는 언더그라운드 하우스와 테크노 뮤지션이다.
푸른 어둠 속에서 등장한 두 여신이 던져준 공 하나가
순식간에 여러개로 늘어나면서
여러가지 색깔의 공이 퍼져나가는 공연장은 환상적인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사람들은 어느새 재미난 공놀이에 빠져든다.
곧 이어질 '페데'님의 무대를 위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했기 때문에, '닉 판시울리'의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진 못했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에 흘러들어오는 그의 음악은
'미스터 화이트'가 띄워놓은 분위기를 한껏 더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세바스티앙 레제르의 '어둠'과 대비를 이루며 밝고 경쾌한 인상을 주었던 '닉 판시울리'의 퍼포먼스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냈던 공놀이와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한 것 같다.
[Mixed]
DJ 없이 음악만 흘러나오면서 진행된 '인터미션' 같은 스테이지였다.
연식이 좀 된 클러버들에겐 깊은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켰을 노래, 故휘트니 누님의 'It`s Not Right But It`s Okay'을 들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다.
[페데 르 그랑(Fedde le Grand)]
이제 드디어 그날밤의 대장, '페데'님이 나오실 차례가 되었다.
장내 MC였던 흑인 아저씨가 나와서 우렁찬 목소리로 소개 멘트를 날렸다.
물쇼에 이어
불쇼가 벌여졌고
장내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대장의 등장을 예고하는
폭죽이 터지고
무대 주변의 인구밀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다시 불꽃폭포쇼와
비데쇼.
그리고 '페데~!'를 외치는 사람들.
드디어 그분이 나오셨다.
첫 곡 'So Much Love'에 맞춰 큰 하트를 날려주시던 대장.
가깝지않은 거리에서도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 같았던 '페데'님은
선동의 제왕이었다.
그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미스터 화이트'와 '닉 판시울리'가 한껏 고조시켜놓은 분위기가
'페데 르 그랑'에 이르러 마침내 절정의 대폭발을 이루었다.
비데의 물줄기가 좀 더 높아지면서 간단한 옷차림의 여신들이 등장했다.
농염한 춤을 선보이는 비데의 여신들.
공연장 분위기는 한층 더 후끈 달아오르고...
♪ 패러~ 패러~
♫ 패러다이스~~
[세바스티앙 레제르(Sebastian Leger)]
다음 순서는 프랑스에서 온 어둠의 마성 '세바스티앙 레제르'의 스테이지였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주도했던 전반부는 '페데 르 그랑'에서 절정을 이루었고,
대폭발 직후에는 '세바스티앙 레제르'의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어둠이 공연장을 덮치면서
'센세이션'은 바야흐로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페데'의 스테이지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아내버린 탓으로,
'세바스티앙'의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닉'과 '페데'가 유쾌하고 발랄한 선동으로 기분과 감정을 고조시키는 '빛'의 이미지였다면,
말초신경을 매혹시키며 온몸을 스멀스멀 파고드는 듯한 '세바스티앙'의 퍼포먼스는 '어둠'의 자극이었다.
[펀카젠다(Funkagenda)]
'센세이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펀카젠다'의 퍼포먼스에서는
풍부하고 다양한 사운드 속의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지나온 밤보다 아침이 더 가까워진 새벽이어서 그런지,
플로어의 인구밀도는 급격히 낮아진 상태였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듬성듬성한 바닥을 그에게 보이기가 왠지 미안해질 정도였다.
물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고 있는 강철 체력의 클러버들도 꽤 많이 남아있었다.
피날레를 꼭 보고싶어하는 나는 리듬에 몸을 기댄 채로 다소 반응이 느려진 몸을 깨지락깨지락 흔들며 서 있었지만,
피로와 졸음에 겨워하는 또다른 나는 벌써 숙소의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전자의 나'는 '후자의 나'에게 순순히 굴복해버렸고, 결국 나는 종료 30분을 남겨두고 행사장 밖으로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그렇게 단 하룻밤만 열렸던 하얀 천국의 문이 닫혔다.
[ 버거킹 일산호수공원점 ]
'센세이션' 끝난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오전 10시에 '라이카 카메라 강좌'에 바로 참석하기 위해 미리 잡아두었던 숙소에서 2시간 남짓 눈을 붙인 후,
아침 식사를 위해 찾아들어간 '버거킹'이다.
그러나 결국 '카메라 강좌'에는 가지 못했다.
(가지못한 이유는 이 포스팅을 참고~ http://peterlog.com/130 )
밤사이 비가 내린 것인지 새벽에 킨텍스 주차장에 나왔을 때 미니 로드스터가 비에 젖어있는 상태였었는데,
아침 먹는 동안에도 내내 해가 날듯 말듯, 비가 올듯 말듯한 하늘이었다.
한때는 좀 잘 나간다싶은 동네에는 하나씩 꼭 있었던 '버거킹'을 예전만큼 자주 볼 수 없게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단 매장을 발견하면 항상 '오랜만'이라는 기분을 느끼며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가게 된다.
'맥도날드'에선 주로 '빅맥'을 먹는데, 이상하게 '버거킹'에선 꼭 '와퍼 주니어'다. (와퍼는 친구가 시킨 것.)
라면도 가장 스탠다드한 '안성탕면'과 '신라면'만 고집하는 내 관념 속에서는 '버거킹'의 스탠다드는 '와퍼'가 아닌 '와퍼 주니어'로 되어있나보다.
97년 의대 휴학시절에 '버거킹'에서 잠깐 일하다가 (냉동창고 들락날락거리다) 감기몸살이 나서 3일만에 그만둔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점심으로 제공되었던 것이 바로 '와퍼 주니어 세트'였다.
그닥 좋은 기억이 아니었는데도. 그때 이후로 '버거킹'을 '맥도날드'보다 더 자주 사먹게 되었고,
매번 '와퍼 주니어'를 주문하게 된 것 같다.
(한동안 '와퍼 주니어'를 대신해서 먹곤했던 '와일드웨스트와퍼'가 다시 출시되었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고,
조만간 버거킹을 발견해서 들어갈 일이 생기면 꼭 다시 먹어봐야겠다.)
내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휴식에서 현실로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모노레일과 같은 존재이며,
원활한 배변을 도와주는 명약이기도 하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온 지 이제 한달이 지났다. '센세이션'의 피날레를 지켜보겠다고 끝까지 고집부리던 한 녀석은 끝내 그안에서 데려나오지 못했다. 이미 닫혀버린 하얀천국의 문 저쪽에서 그녀석은 아직도 리듬에 맞춰 몸을 깨작깨작 흔들고 있을 것이다. 그놈을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지, 어쩌면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UMF 코리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들이키는 맥주만큼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그 녀석도, 신주쿠 이세탄멘즈에서 쇼핑 삼매경에 빠져있을 그놈도, 하와이 와이키키의 모아나 서프라이더 비치바에서 넘실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와이안 펀치를 쪽쪽 발고있을 그인간도 역시나 찾아서 데려오긴 힘들 것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내가 경험했던 세계를 떠돌고 있을 그 녀석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 생각과 마음의 반경이 더 넓어지고, 나는 좀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런던 아이(London Eye)' 꼭대기에서 약간의 멀미를 느끼면서도 라이카X2의 셔터를 누르기에 바쁜 나, 뉴욕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신물 넘어올만큼 배불리 스테이크를 먹은 후 테이크 아웃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며 윈도우 쇼핑을 즐기고있는 나, 스페인 이비자섬에서 Top 5에 드는 클럽을 모두 돌며 날밤 까고있는 나 등을 상상하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지. 그래야 이미 그곳에 먼저 가있는 수많은 '또다른 나'님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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