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기간 : 2010년 2월 5일 ~ 7일 - 여행 참가자 : 나 - 여행지 : 신주쿠, 롯폰기, 오모테산도, 하라주쿠
[관련 포스팅] 나홀로 도쿄여행 1 - 스이카 넥스 ( http://peterlog.com/120 ) 나홀로 도쿄여행 2 - 신주쿠의 남성전용백화점들 ( http://peterlog.com/122 ) 나홀로 도쿄여행 3 - 다카시마야와 츠바메그릴 (http://peterlog.com/123 ) 나홀로 도쿄여행 4 - 롯폰기 모리타워와 모리 미술관 ( http://peterlog.com/125 ) 나홀로 도쿄여행 5 - 오모테산도와 하라주쿠 ( http://peterlog.com/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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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주쿠]
호텔에서 일찌감치 나와서 신주쿠 지하철역의 코인 락커에 큰 가방을 보관해둔 후 15:40 나리타행 N'EX 티켓을 미리 예매했다. 그러고 나서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코스를 선택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간) 한글 지하철 노선도를 펴들었다.
당시 가수 윤하가 '요오꼬소 재팬' 광고에서 소개했던 '다이칸야마', 도쿄에 와서 안가보고 가면 왠지 서운할 것 같은 '긴자', 전통적인 도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사쿠사' 등의 쟁쟁한 후보지가 끝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최종적인 선택을 받은 건 지하철 노선도에서 신주쿠와 가까워 보였던 '하라주쿠'였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를 거쳐 다시 '신주쿠'로 돌아오는 경로가 어떨까 생각했다. 아무래도 미리 예매해둔 N'EX 탑승시각과 비행기 시간의 압박이 있다보니 조금이라도 멀거나 찾아가기 복잡한 곳으로 갔다가 제 시간에 신주쿠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최종 선택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라주쿠역 맞은편으로 나있는 하라주쿠-다케시타 스트릿은 마치 이대앞처럼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분위기였다.
'아무로 나미에'를 그닥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아는 얼굴이라서 그냥 사진 한번 찍었다. 사실 내가 도쿄에서 저런 식으로라도 한번 접하고 싶었던 얼굴은 '마츠다 세이코'였는데 말이다.
☺ 마츠다 세이코☺
1980년, 내가 일본에 살았던 여섯살 때 데뷔한 '마츠다 세이코'를 그 어린 나이부터 정말 많이 좋아했었는데, 그녀의 첫 넘버원 힛트 싱글곡 '아오이 상고쇼(푸른 산호초)'를 부르는 여섯살 꼬마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가 아직 남아있다.
[from 세이코웹 http://www.seikoweb.com/ ]
1991년경에 '데이빗 포스터'가 프로듀싱한 '세이코'의 영어 앨범이 우리나라에 발매된 것을 보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당장 구입을 했는데, 내가 좋아했던 그 청초한 모습의 세이코는 거기에 없었다. 몇번의 성형수술로 달라진 얼굴, 한 바가지에 다 담기지도 않을 것 같은 폭탄 파마 머리.
달라진 모습에 조금 실망을 하긴 했지만, 쉰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매력있고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의 전설적 디바로 아직도 건재한 세이코가 나는 자랑스럽다.
그날 오후 신주쿠역에서 N'EX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구입했던 것이 바로 (루미네의 레코드샵에서 산) 마츠다 세이코의 데뷔 앨범 'Squall'이었다. 2008년에 오사카에 갔을 때에도 그 앨범을 구입하려 했었지만 없어서 못샀는데, 다행히 최근에 재발매된 버젼이 나와있었다. | |
[오모테산도]
지하철 노선도 상으론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가 상당히 멀어보였는데 하라주쿠-다케시타 스트리트를 빠져나와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 걷다보니 어느새 오모테산도였다.
오모테산도도 꼭 가보고 싶었으나 포기했던 코스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우연히 발견하는 행운을 갖게 되다니, 생각지도 못한 덤을 얻은 것 같아 무척 기뻤다.
일본상품을 파는 국내 사이트에서 많이 보았던 브랜드의 매장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고, 내 비루한 차림새를 보고 '간지가 이이데스네~'라고 말해주었던 친절한 아줌마 점원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구매할 생각이 있어서 들어간 곳은 아니었는데, 그 친절한 아줌마 점원 덕분에 머플러, 남방, 티셔츠 등의 몇가지 아이템을 구입하게 되었다.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일본 특유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건축물들이 마치 잘 세팅된 고급 일식 코스요리 차림상처럼 길 양쪽편에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일본스러운 젠 스타일의 건물들틈에서 상당히 미국적인 느낌을 자랑하고 있는 '랄프로렌' 건물.
꽤 오랜 시간을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이른 오전이었다. 오모테산도 힐즈는 아직 개장 전이었다.
오모테산도 힐즈 개장시간인 오전 11시까지는 길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모테산도 힐즈를 지나쳐서 좀 더 걸어가다가 만난 하라주쿠 니초메 쇼텐까이.
이렇게 보니 꼭 도산공원 근처의 압구정 골목 같은 느낌이 났다.
저 가게 들어가서 당시 일했던 병원의 원장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 |
[오모테산도 힐즈]
개장시간인 11시 정각이 되길 기다렸다가 들어간 오모테산도 힐즈.
매장 안에 환상적인 음악과 새소리가 흐르고 있어서 마치 딴 세상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나선형으로 경사가 진 길을 쭉 따라올라가면 꼭대기층까지 연결되는 구조는 인사동의 쌈지길과 비슷하다. 그러나 판매하는 물건이나 건물 내부 분위기는 쌈짓길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거울 인증샷.
점심 식사를 위해 오모테산도 힐즈 입구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밖에서 보기엔 뭔가 그럴 듯 해보여서 들어갔는데, 그곳이 소바 전문점이라는 것은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다.
들어와서 자세히 보니 소바집이 맞다. 그래도 도쿄에서 먹는 마지막 점심이었는데, 좀 더 신중하게 골랐어야 했다. 사실, 오모테산도 힐즈 꼭대기층에도 들어가보고 싶은 식당이 여러군데 있었다. 그런데, 집집마다 줄을 길게 서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입구까지 나왔다가, 입구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소바라도 맛있었다면 아쉬움이 덜 했을텐데, 내가 주문했던 '야채소바'는 내가 알고있는 '메밀국수'와는 많이 달랐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다니...
[메이지 진구]
오모테산도에서 하라주쿠역까지 걸어와서 바로 신주쿠로 향할 생각이었으나 눈앞에 메이지진구가 다가왔다. 메이지진구 입구가 바로 하라주쿠역 옆에 있었던 것이다. 나리타로 가는 N'EX를 타야하는 시각까지는 두시간 남짓 남은 상태. 원래 예정대로 시부야 시가지를 거쳐 신주쿠로 돌아가는 경로를 택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잠깐의 고심 끝에 이미 눈앞에 다가와있는 메이지진구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메인 건물은 꽤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미 지쳐서 터질 것 같은 평발로 걷기에는 너무 먼 길이었다.
[메이지 진구에서 본 일본 전통 결혼식]
그날이 마침 일요일이어서 그랬는지, 메이지 신궁에서 전통 결혼식 행렬을 볼 수 있었다.
두팀의 결혼식을 보았는데, 신랑과 신부들이 아주 멋졌던 것은 아니었지만, 검은 예복을 모두 갖춰입은 하객들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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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났던 2박 3일의 도쿄 여행. 이미 2년 전의 과거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남들 주말여행 수준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당시의 내게는 천국으로 떠나는 여행처럼 달콤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여름 휴가를 식중독과 함께 우울하게 보낸 후, 가을의 여유를 느낄 새도 없이 찾아온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바쁜 겨울을 보낸 후 힘들게 얻어낸 휴가였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도쿄를 간다고 해도 그때만큼 좋은 느낌으로 다닐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유아기 3년을 일본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인으로선 평균 이상의)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도쿄를 여행했던 그 당시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러나 연아선수를 아끼고 응원하는 승냥이로서 올림픽 전후로 일본 우익언론과 빙상연맹 관계자들이 연아선수에게 행했던 악행들을 알게된 것을 계기로,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저질렀던 나쁜 짓들과 겹쳐지면서 새삼스러운 반일감정을 갖게 되었다. 잊을만하면 다시 들고나오는 '독도문제'도, 동북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역시 일본을 내게서 멀어지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 같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는, 일본사회를 차분하고 굳건하게 잘 이끌어가는 개념 일본인들도 많은 반면에, '쪽바리' 또는 '왜놈'이라는 호칭으로밖에 부를 수 없을 것 같은 기괴하고 요사스러운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일본과 일본인들에게 무조건 배타적인 태도를 갖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잘 알고 대해야 하는,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대임은 항상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깔끔하고 친절한 태도에 훅 넘어가서, 그들을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언제 다시 백년전과 같은 수모를 당할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반일감정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고, 하는 짓도 얄미운 구석이 많은 나라이지만, 그래도 일본은 여전히 장점이 많고 매력이 있는 여행지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일본에 살았던 어린 시절에도 못가봤고, 커서도 못가본 홋카이도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일본여행에서 만났던 친절하고 성실한 일본인들의 직업의식은 내게도 좋은 귀감이 되기도 했다. 일하다가 '욱' 하는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그들의 친절한 표정과 세심한 배려를 떠올리며 내 감정을 정리한 적도 몇번 있다. 장점은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우되, 그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성적인 태도와 중심을 잃지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웃나라 '일본'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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