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땐 너무 긴 시간처럼 느껴졌는데
어느새 한순간처럼 지나가서
이미 과거가 되어 또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할 준비를 하고 있군요.
1부의 숲속 음악회 때는 승기의 말처럼 너무 고품격으로 흘러가서
저 역시 그 분위기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고싶어요' 부르실 때, 늘 그랬던 것처럼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하실 때 큰소리로 '예~' 했다가
제 목소리에 제가 놀라버린 것 있잖어요.
노래에 흠뻑 빠져있던 집사람도 많이 놀랐는지
나를 무슨 치한 쳐다보듯이 하고...
무대와 연주, 그리고 보컬이 너무 완벽하게 잘 맞춰져 흘러갔고
객석은 모두 노래에 그대로 몰입되어있는데
주책없이 끼어든 제 목소리가 고품격 라이브에
큰 누를 범한 것만 같은 기분에
순간적으로 위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죠.
늘 열성 당근들이 포진해있는 1층 앞쪽에서만 보다가
어제는 2층 첫줄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2절에선 그 품격높은 분위가에 누가 될 것 같아서
내가 많이 어여쁘냐고 물으실 때도,
진정 날 사랑하냐고 물으실 때도
묵묵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는거죠~
(혹 제 목소리때문에 노래 감상에 방해 받으신 분이 계시다면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꾸벅~)
오프닝부터 앵콜곡까지
아주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고,
그런 고민과 노력들이 그대로 훌륭한 결과물로,
또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반가웠던 곡은
1부 숲속 음악회에서 들려주셨던 '초원'입니다.
자주 들려주진 않으셨던 '살아가다 보면'도
너무 적절한 선곡이었다 싶고요.
어쩜, 27년을 봐왔는데도,
매번 깜짝깜짝 놀라는 써니 누님의 보컬은
이번 콘서트에선 더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편곡의 방향도 무척 다양해서
어떤 곡은 원곡에 가깝게 어떤 곡은 새로운 느낌으로 들을 수 있었고,
빠져들어 듣는 노래, 따라부르는 노래, 신나게 달리는 노래들이
골고루,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되어 있어서
아주 다채로우면서도 산만하지 않고,
2시간 30분의 긴 공연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아주 꽉찬 느낌을 주는 탄탄한 구성이 매우 돋보였습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게스트, 승기군 외에도
너무 반가웠던 김범용씨가 나오셨는데
두분이 나란히 서서 보여주셨던 만담 수준의 토크도,
추억속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토토즐' 특별무대도 매우 신선했습니다.
저도 어느새 꿈많은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가
'영'과 '그순간'을 열심히 따라부르고 있더군요.
저를 포함해 써니 콘서트를 자주 다니셨던 분들도
이번 공연은 사뭇 새로운 느낌으로 감상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프닝 때 금희누님이 읽어주셨던 팬의 글과
엔딩에서 팬들을 향해 써니가 수줍게 보낸 러브레터를 읽으면서는
마치 우리들 마음 속을 써니에게
그대로 들킨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더랬습니다.
써니는 모든 걸 다 알고 있고,
다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요.
27년이 지나도 여전한 모습, 아니 더 발전된 모습으로
건재하고 계시는 써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밤이었고
또 무엇보다 무대에서 가장 행복해하시는 써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저 또한 한동안을 잘 버텨온 스스로를 위로 받고
또 다음 한동안을 버텨낼 수 있는 에너지도 충분히 충전받았습니다.
써니를 비롯한 공연 관계자 여러분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콘서트를 함께 했던 분들 모두 너무너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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