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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라이프

군인들이 존경받아야 할 이유

 1994년 기흉 수술로 군 면제를 받은 나에게 있어 군대는 미지의 공간이다.
 군대는 친구 녀석들 퇴소식이나 면회 때 가본 것이 전부이고, 군대 다녀온 친구들의 무용담 속에서만 존재했다.
 그리고, 1년에 두번 아침에 잠깐 갔다오는 민방위 소집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국방의 의무이다.
 그런 나를 '신의 아들'이라 부르며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 마음 한켠에는 군대도 못간 놈이라는 자격지심이 숨겨져 있다.

 의대생들의 경우에는 졸업 직후나 인턴 1년 수료 후에 공중보건의로 가거나, 레지던트까지 다 마치고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20대 후반이나 서른을 넘긴 고령에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훈련 후에는 대부분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4~9주의 훈련이 군생활의 전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해에 레지던트를 마치고 훈련을 끝낸 대학동창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는데, 아무리 짧게 다녀왔어도 군대는 군대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군대 얘기뿐이었다. 공부만 하던 30대 아저씨들에게 늦은 나이에 받은 군사훈련은 고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던 듯 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MBC 프라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제30사단 신병교육대대 조교 천정명 일병을 중심으로, 신세대 훈련병들의 훈련 모습을 밀착취재한 다큐멘터리였다.
 신병교육대의 내부가 이렇게 자세하게 언론에 노출된 건 아마도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에겐 추억을 곱씹어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고, 나처럼 군대를 못가본 사람들에겐 미지의 공간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색다른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아직 앳된 티를 못벗은 군인동생들이 수류탄을 처음 투척하면서 긴장하는 모습이 무척 애처롭게 느껴졌고, 가족이나 애인의 편지를 받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선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사회에선 화려한 연예인이었지만, 군대에선 평범한 군인으로서 다른 훈련병 틈에 묻혀 의젓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훈련조교 '천정명'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완전 군인 말투로 군기가 팍 들어가있는 그의 해맑은 얼굴에서, 특유의 단아하고 깊은 눈빛은 더욱 빛나 보였다.

 그리고, 3자리수 몸무게의 훈련병들만을 모아 따로 훈련을 실시하는 '우람조'를 보면서, '참 많이 좋아진 군대'의 실체를 느낄 수 있었다. 제각각 흩어져서 다른 훈령병들 틈에서 훈련을 받았더라면 고문관이 될 수밖에 없었을 이들을 모아서, 따로 훈련 프로그램을 돌리고, 맞춤 식단도 짜주면서, 굴욕감 없이 훈련을 받고, 건강도 되찾는 보람까지 느끼게 해주는 군대라면, 정말 좋은 군대가 아니겠는가?

 소수에 대한 배려가 있고, 훈련병 하나하나의 마음까지 적절하게 어루만져 줄 줄 아는 신병교육대의 모습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나에게도 흐뭇함을 안겨주었다.

 누구에게나 3년이란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더구나 청춘의 한 토막을 뚝 잘라낸 3년이라면 더더욱 소중한 시간이다.
 그 소중한 3년을, 이 나라를 위해 바친 이들은 모두 존경해야 할 대상이다.

 이젠 한참 어린 동생들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아저씨'를 붙여서... 그 '아저씨'란 말에 존경의 뜻을 가득 담아 불러본다.

 군인 아저씨들~

 그리고, 군대 다녀오신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