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계 간섭하기

탈세에 대처하는 상반된 자세 - 강호동은 은퇴선언, 인순이는 콘서트


 바로 어제인 9월 20일 올림픽 공원체조경기장에서는 '인순이 JTN 라이브 콘서트'가 있었다고 한다. 필자도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인순이 탈세 관련 기사를 검색하던 중 알게 된 사실이다. 어제 오전에는 당일 내로 공식 입장 표명이 어렵다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저녁에는 성황리에 콘서트가 열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인순이 탈세' 보도가 나간 당일엔 포털 사이트 머릿 기사를 잠깐 도배했지만, 그날 저녁 TV 뉴스 중에는 MBC에서만 짧게 보도가 되었고, 다른 방송사에선 연예 단신으로만 간단하게 다룬 것이 전부였다. 포털 사이트에서 '인순이'로 검색을 해보면, 탈세 관련 기사는 '놀러와' 출연 기사와 '콘서트', '뮤지컬 캐츠' 기사 사이에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전반적으로 강호동 때만큼 뜨겁진 않다. 강호동으로 인해 '탈세'라는 사안에 대한 충격이 어느 정도 상쇄된 효과도 있었을 것이고, 단순히 강호동과 인순이의 영향력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강호동 탈세 기사가 처음 터졌을 때에는 다소 조심스럽게 대응했던 '납세자 연맹'이란 곳도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세청을 고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돌리며 결과적으로 인순이에겐 보호막이 되어주고 있다.
 강호동과 인순이 두사람의 대응도 큰 차이를 보인다. 거의 반나절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잠정적 은퇴'라는 다소 충격적인 대응을 보여주었던 강호동에 비해, 인순이 측은 '전 소속사와 관련된 일이다', '알아보는 중이다', '입장을 정리 중이다' 등의 소극적 대응만 취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나가수' 녹화에 참여했고, 예정된 콘서트 일정을 소화했다.

 인순이의 경우 이미 3년 전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보도된 자료만 놓고 본다면 인순이의 경우가 강호동보다 훨씬 더 죄값이 무겁다고 할 수 있겠다. 경비 부분을 다 인정받지 못하여 세금을 더 내게 된 것과, 소득 자체를 줄여서 신고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말하자면, 인순이의 경우엔 다분히 고의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순이에게 가해지는 여론의 질타는 훨씬 덜 하고, 인순이의 대응도 강호동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과거 인순이씨가 언론을 대하는 자세는 지금처럼 이렇게 소극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인순이씨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바로 그해인 2008년에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공연 신청을 거부당했을 때, 인순이씨는 누가 봐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떠들썩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수협회장까지 그 배경으로 대동하고 말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하고 감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운운했던 자칭 국민가수 인순이의 이면에는 납세의 의무를 덜 이행한 불량 국민 인순이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그녀에게 가장 실망했던 것들 중 하나는 '대중음악'과 '대중음악 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절하시키는 오류를 범했다는 점이었다. 홍대의 작은 클럽에서부터 해변이나 산사와 같은 야외 무대, 혹은 잠실 메인 스타디움과 같은 대형 무대에 이르기까지 좋은 음향을 찾고, 새롭고 질좋은 공연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중음악가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런 대중음악인들은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을 거부당한 한 가수의 발언 속에서, 얼떨결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천덕꾸리기들로 전락해버렸다.
 개인적인 욕심을 그렇게 전체 대중음악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식의 태도로 언론과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인순이의 언론 플레이는 설득력이 없었다. 인순이는 스스로를 차별받는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오히려 대중을 끌어들여 '예술의 전당'에 압박을 가하려고 하는 권력행사로 보였으며, 조용필만 섰던 무대에 서는 것으로 조용필 정도의 대우를 받고싶어 하는 한 가수의 욕망 그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강호동의 영향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순이를 조용필에 비교할 수는 없다.)
 같은 해 연말, 인순이는 세계금융위기로 위축된 경제상황과는 상관없이 디너쇼 가격을 지나치게 인상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인순이는 여러 매체를 통해 '편견을 딛고 거위의 꿈을 이뤄낸 가수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에 반하는 다소 권위주의적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 이문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인순이가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출연했을 때 미미 시스터즈를 향해 언성을 높였던 일은 그녀의 그런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방송에 출연해서도 일체 말 한마디 하지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미미 시스터즈가 자신에게 말없이 고개만 까딱했다고 버럭하며 스튜디오를 뛰쳐나간 일화는 두고두고 실소를 떠올리게 한다. '슈퍼스타 K' 심사위원으로 출연했을 때에도 그녀는 도전자의 재능과 끼보다는 예의 범절을 중요시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를 살아있는 전설이라 칭하며 성공한 가수로, 가요계의 지체높은 어른으로 대접받고싶어하는 듯한 인순이의 모습은 보기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범절을 중시하고 바르게 사는 다소 권위적인 어르신의 모습으로 어필했던 이미지가 탈세라는 사안과 충돌을 하고 보니, 이후에 인순이가 보여줄 행보가 너무 궁금해지는 것이다.



 아직도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말하는 인순이의 그 '공식 입장'이란 건 과연 어떤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특별해보이지 않았던 인순이의 무대에 아부에 가까운 극찬에 극찬을 쏟아부었던 '나가수'의 편집에도 과연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몹시 궁금하다.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예민한 '나가수'이니 말이다. 

 '학력 위조 논란' 때에도 여론의 폭풍을 살짝 피해갔던 인순이씨가 이번에도 잘 피해가시는지 지켜보겠다.

 이번주에는 나가수를 꼭 본방으로 보고싶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