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승냥본색

연아와 마오에게서 세레나와 블레어를 본다.


 그랑프리 1차 미국대회와 3차 중국대회를 우승하면서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권을 가볍게 따낸 후, 좀 더 느극하게 '마오'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된 '연아'는, 지난 4차 프랑스 대회에서 '마오'가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언제부터인가 '마오'와 '연아'의 행보에서 '가십걸'의 '블레어'와 '세레나'가 겹쳐보인다.
 항상 최고를 지향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지만, 늘 햇살같은 '세레나'의 빛에 가려져 버리는 '블레어'의 초조함이 '마오'의 표정에서 읽혀진다고 말한다면, '마오'와 그녀의 팬들에겐 너무 과한 말이 될까?

 '이토 미도리' 이후로 '트리플 악셀'에 집착해 온 일본 피겨 집안 분위기에 따라, 쥬니어 시절부터 '트리플 악셀'에 주력한 '아사다 마오'는, 바로 그 '트리플 악셀'을 주무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트리플 악셀'도 못하는 '김연아'가 오히려 '점프의 정석'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면서부터 얘기는 달라졌다.
 비록 실전에서 '트리플 악셀'은 시도하지 않지만, 교과서적인 점프를 정확하게 구사하면서, 풍부한 표정과 연기력, 사랑스런 미모와 완벽한 신체조건까지 갖춘 '연아'가 '마오'에게 쏠렸던 세계의 시선을 거두어가버린 것이다.

 지난 그랑프리 4차 에릭 봉파르에서 마오가 연기한 '가면 무도회'는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었다.
 최고의 파티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는데 뒤늦게 나타난 '세레나 밴더우드슨'이 파티 피플들의 시선을 모두 끌어가버린 후, 혼자 남은 '블레어 월도프'가 쓸쓸하게 춤을 추는 것 같은 쓸쓸함이었다.
 블레어가 온갖 노력을 해도 그 자체로 햇살처럼 빛나는 세레나를 이길 수 없듯이, 마오가 '트리플 악셀'만으로 연아를 눌러버리기엔 연아는 가진게 너무 많은 것이다.

 허나, 우리는 '마오'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2007 그랑프리 파이널의 쇼트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졸전을 하고도 바로 다음날 클린에 가까운 프리 스케이팅을 펼쳤던 마오의 저력을 아직 기억한다.
 그녀는 언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선수이다.
 
 마오가 더 망가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햇살처럼 빛나는 연아를 이기고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달하며 더 깊은 쇠락의 길로 빠지지 말고, 좀 더 느긋하고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연아에게도 마오는 긴장감을 주는 상대이고, 더 열심히 해야할 이유라는 걸 마오도 알고있을 것이다.

                                                                                                           [자료출처 : 서울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