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정의 빨간구두

착한 오디션 위탄2에 대한 변론

피터블랙 2012. 2. 28. 14:41

 "이건 진심인데요, 내가 가진 걸 우리 수정이가 빨리 배워줘서 너무 고맙고, 내가 가질 수 없는 걸 수정이가 갖고 있어서 그게 더 기뻐요."

 2012년 2월 24일 밤에 있었던 위대한 탄생2 세번째 생방송 경연에서 배수정이 씨앤블루의 '직감'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멘토 이선희가 배수정에게 전한 말이다. 
 이 말에는 멘토 이선희가 멘티 배수정을 바라보는 진심이 그대로 담겨있고, 이선희 멘토의 교육관도 집약적으로 담겨있는 듯 했다.

 사실, 이선희의 패자부활티켓을 통해 부활한 배수정이 이선희 멘토의 멘티로 결정이 되었을 때만 해도, 두사람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었다. 두사람의 개성과 음악적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과연 적절한 조합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이선희도 바로 그 점을 많이 걱정한 듯 하다. 이선희는 멘토스쿨 파이널 무대 후 배수정에게 생방송 진출소식을 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난 너의 보컬이 너무 좋아. 차분하고 부드럽고... 연습하는 동안, 혹시 내가 너의 그걸 망치면 어떡하나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도 니가 갖고있는 소리에 조금 더 힘을 넣을 줄도 알고, 이제... 잘 따라와줘서 너무 고맙고..."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본 세번의 생방송 무대를 통해 평가해 보면, 두사람의 동행은 매우 성공적인 듯 하다. 더 좋은 것은 계속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무대도 흠잡을 곳 없이 성공적이었지만, 아직은 왠지 가장 중요한 패들은 펼쳐보이지도 않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멘티들의 특성을 잘 살리고, 숨어있는 장점들까지 잘 살려내는 이선희의 멘토링은 생방송 경연에 접어들면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이선희의 멘토 배수정과 구자명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서 지금껏 진행된 세차례 생방송 경연의 골든티켓을 나눠가졌다.
 이선희 멘토스쿨의 트레이닝 과정은 처음부터 매우 혹독했다. 이선희의 멘티들은 멘토스쿨 시작과 함께 곧바로 이선희의 전국투어 콘서트 무대에 서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멘토스쿨 방송에서 보여진 것은 광주 콘서트 뿐이었지만, 광주뿐만 아니라 대구, 진주까지 총 6회의 공연에 두세명씩 번갈아 서면서 실전무대 경험치를 높였다. 
 맞춤교육과 실전경험을 통해 훌쩍 성장한 멘티들의 모습을 생방송 무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고, 앞으로의 무대도 무척 기대된다.

 배수정과 이선희의 조합은 위대한 탄생2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멘토제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선희 뿐만 아니라, 다른 멘토스쿨의 멘티들도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었다. '고음불가'라는 별명으로까지 불렸던 정서경은, 윤일상의 특별한 훈련과 탁월한 선곡 덕분에 패자부활전에서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고, 세번의 생방송 무대에서도 매번 업그레이드 된 인상깊은 무대를 선보였다. 흔한 음색에 다소 밋밋한 개성으로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장성재도, 생방송 무대를 통해서는 임팩트 있는 무대를 펼쳐 보이고 있다.

 꼭 생방송 무대에서 만족스런 결과물을 확인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멘토제는 분명 위탄2만이 갖고있는 미덕임에 틀림없다. 음악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음악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5인의 멘토와 함께 울고 웃었던 4주간의 멘토스쿨은 그들의 음악인생에서 결정적이면서도 큰 의미가 될 것이며,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것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들이었다.

 물론, 이 멘토제는 위탄2의 재미를 깎아먹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신의 멘토가 소중하듯, 다른 멘토의 멘티들에게도 모질고 독한 말을 잘 못하는 착한 멘토들의 심사평이 위탄2의 긴장과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더구나, 비슷한 멘토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액스펙터'처럼 멘토들 간의 노골적인 견제나 갈등도 한국의 '위탄2'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위탄2'로 향하고 있는 곱지않은 시선과 혹독한 질타가 과연 정당한 것일까?

 
 SBS의 'K팝스타'가 새롭게 화제를 모으면서, 유독 '위탄2'를 'K팝스타'와 비교하며 폄하하는 기사들이 많아졌다. 기사 내용들을 살펴보면, 아직 중요한 여정을 남겨둔 '위탄2'에게 '추락'이라는, 심지어 '실패'라는 말까지 성급하게 갖다붙이는 근거는 결국 시청률과 화제성이다. 위탄2가 위탄1보다 생방송 시청률이 떨어지고, 화제성면에서도 케이팝스타에게 밀린다는 것이 그 요점이다. 

 'K팝스타'는 국내 3대 연예 매니지먼트 공룡들이, 각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덤벼든 프로그램인데, 화제가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그들은 언론 플레이와 마케팅의 귀재들답게 언론을 주무르는 솜씨도, 화제몰이를 해나가는 수완도 아주 능수능란하다. 

 그런데,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오디션들이 공생의 길을 가면 좋으련만, 꼭 그렇게 경쟁 오디션을 깎아내리고 죽여야만 하는건지...  

 위탄2도 해가 바뀌기 전까지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위탄1보다 감동 코드는 줄어들었는지 몰라도, 차원이 다른 멘토들의 면면과, 놀라운 스펙과 훌륭한 비쥬얼뿐만 아니라 실력과 개성이 뛰어난 멘티들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특히, 참가자들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하면서도, 따뜻한 배려와 위로를 전하던 착한 멘토들의 모습은 경쟁사회에 지친 시청자들에게도 훈훈한 위로가 되었다. 갖은 독설과 악마의 편집이 난무하는 독한 오디션의 틈바구니에서 착한 오디션 '위탄2'는 다른 방식으로 돋보였다.

 그러나, 어수선한 연말과 연초에 걸쳐 방영되었던 '멘토스쿨' 기간은, 그런 화제와 관심을 다 갖고 가기엔 다소 긴 시간이었고, MBC 파업과 함께 첫번째 생방송 결방사태까지 생기면서 시청률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위탄2가 위기를 맞게 되자, 후발주자이면서 경쟁작인 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위탄2'를 걸고넘어지면서, 언론의 힘을 빌어 '위탄2'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지나치게 정직하고 담담한 편집으로 긴장감과 극적인 재미가 떨어지고, 요란스런 언론 플레이나 노이즈 마케팅이 없어서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오디션'이라는 제목을 걸고 있는 프로그램을, 단순히 시청률과 화제성만으로 그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너무 끌어서 화제에서 멀어졌다는 비난도, 사실 비난받을 일은 아닌데 말이다. 예선과 위대한 캠프를 거쳐, 긴 멘토스쿨과 합숙기간 동안, 멘티와 멘토들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을 어느 누가 감히 그렇게 쉽게 평가절하할 수 있다는 말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인데 말이다.
  
 위탄2에는 자신의 꿈과 인생을 걸고 도전한 멘티들이 있다. 그들은 작년 여름부터 학업도, 직장도 떠난 상태로 위탄 하나에만 매달려 왔으며, MBC 파업으로 제작팀도, MC도 모두 자리를 비우고 대체인력으로 채워진 위기의 위탄2에서 아직도 매일매일 고된 훈련과 연습을 반복하며 생방송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위탄2에는 그런 멘티들을 자식처럼, 조카처럼, 동생처럼 사랑하게 되어서, 독한 말, 아픈 말 함부로 못하는 마음약한 멘토들도 있다. 멘티 한명한명의 컨디션을 모두 알고 있고, 리허설 때보다 못한 멘티가 안타깝고, 평소보다 좀 더 긴장한 멘티를 안쓰러워하는, 그런 착한 멘토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국내 음악계에서 나름대로 독보적인 입지와 영향력을 지닌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위탄2에는 작년 9월부터 금요일밤에는 본방사수를 위해 약속도 안잡고, 위탄2가 결방되었던 작년 연말과 파업 첫 주에는 심각한 금단증상에 시달리기도 했고, 생방송 경연 후에는 급기야 매주 금요일 퇴근 후 2시간반을 일산까지 운전해가서 멘티들을 현장에서 열렬히 응원하는 나같은 매니아 시청자도 있다.
 매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6개월째 위탄2의 멘토와 멘티를 지켜보며, 조용히 응원을 보내고 있는 고정 시청자들도 많다는 사실을 힘주어 말하고 싶다. 시청률 몇 퍼센트가 이탈되었다고 추락이니 실패니 단정짓는 것은 위탄2의 진심을 알아봐주고, 응원하고 있는 고정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란 말이다.

 위탄2만은 끝까지 착한 오디션으로 남길 바란다. 요란스런 언론 플레이나 노이즈 마케팅을 통한 화제몰이 없이도, 실력으로, 진심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오디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심은 반드시 통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