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간섭하기

김C의 SBS불만발언에 대한 유감

피터블랙 2010. 8. 4. 10:26

 간만에 투덜대고 싶게 만드네, 아침부터.

 다름 아닌, 오늘 아침 포털 싸이트 메인화면에 뜬 기사 때문이다.
 
 김C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간만에 투덜대고 싶네. 월드컵때문에 출연팀 많다고 2곡만 부르라더니 빙상의 신에게는 3곡을 부르라 하시네. 대단하시군요. 하하하'라는 글을 남겼다고 각종 기사들이 전하고 있다.




 그래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면, 필자는 김C가 김연아를 거론했기 때문에 빈정 상한게 맞다.
 이하늘이 SBS를 겨냥해 몹시도 저렴하고 쌍스럽기 짝이 없는 발언을 했을 때에도 별로 개의치 않던 나였으니 말이다.
 대놓고 '김연아'라 한 것도 아니고, '빙상의신'이라며 비아냥 거리는 김C의 태도가 더 얄밉다.
  
 SBS PD들이 가수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김C와 이하늘이 투덜대며 싸질러놓은 글들을 보며 대충 짐작만 할 뿐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 할말은 없지만, 술 진탕 마시고 뿜어놓은 토사물 같은 발언에 연아를 끼워넣었다는 것이, 나를 분노케 하는 것이다.

 우선, 눈 앞에 드러난 결과만 놓고 얘길해 보자. 그 이상은 내가 아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김연아의 출연으로 초콜릿 시청률은 평소에 비해 2% 이상 상승했다. 거기에 더하여 피겨퀸의 초콜릿 출연자체가 큰 화제를 불러 모으며 프로그램 역시 집중조명을 받는 효과를 낳았다.
 내가 PD라 해도 김연아의 방송분을 늘리고 싶을 것 같다. 그것은 김연아때문에 초콜릿을 보러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기다린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앵콜곡 1곡이라도 편집이 되었다면, 팬의 입장에서 엄청 서운했을 것 같다.)
 그나마 김C가 언급한 3곡 중 1곡은 앵콜곡이었다. 김C의 논리라면, 목이 터져라 앵콜을 외친 방청객들은 모두 PD의 꼭두각시들이었단 말인가?

 김C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청률에 목숨 거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 않았던가?
 이하늘은 지금도 M본부의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예능인이 아닌가?
 김C가 예능을 접고 음악만 전념하겠다는 결심을 내릴만큼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1박2일'이라는 걸출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찬찬히 인지도와 호감도를 상승시킨 덕분이 아니었던가? 김C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미 주류에선 한참 퇴조해 어두운 이미지만 드리워져있던 DJ DOC가 다시 뭉쳐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멤버들이 각자 예능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호감 이미지를 적립해온 덕분이 아니었냐 말이다.

 그런 그들의 저런 발언은 그야말로 낯뜨겁다. 
 자신이 출연하는, 혹은 출연했던 방송사에만 충성하고, 자신과 관련없는 타방송사는 저렇게 대놓고 까도 된단 말인가?

 그들은 '음악 프로그램'은 시청률에만 연연하지 않고, 한국 대중음악발전을 위해 다양한 가수들에게 출연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는, 뭐 그런 논리를 내세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SBS인기가요'나 '초콜릿'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2곡은 커녕, 출연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음악인들이 수두룩뻑적하다.
 
 김C의 위상이 많이 달라지긴 한 모양이다. 
 아주 오래전, 다소 깨끗해보이지 않는 인상으로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우리 할머니 '저런 얼굴이 어떻게 TV에 나오노?' 하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이젠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 PD가 2곡만 부르랬다고 저렇게 대놓고 투덜거릴 수 있을 정도의 위치가 되었으니 말이다.

 다른건 다 제쳐두더라도, 왜 하필 김연아를 꼭 걸고 넘어지느냔 말이다.
 뭐, 어쨌든 김C는 '김연아'를 끌어들인 덕분에 대중적 관심을 끌어내는 것에는 성공했다.
 어떤 기사든 '김연아'만 갖다 붙이면 포털 싸이트 메인 화면에 띄우는 것쯤은 일도 아니니 말이다.
 이것은 몇년간 예능바닥을 굴러먹으며 김C가 터득해낸 기술인가? 대중적 관심을 손쉽게 끌어내는 기술 말이다.

 김C 당신이 아니라도 치과 광고성 글부터 정치판에 이르기까지 '김연아'라는 이름은 지칠만큼 수도 없이 끌려다녔다.
 당신의 그 값싼 투덜거림에까지 꼭 연아를 끌어들여야만 했나?
 
 연아를 제발 좀 가만 내버려 두란 말이다.

 당신이 오늘 투덜거린건, 대중적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분란을 일으키는 이른바 '찌질이'들의 행동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그런 걸 전문용어로 '개드립'이라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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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견 주신 분들께>

 댓글들 보며, 사실 좀 당황스럽고 놀랐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이렇게 거센 악플들이 달릴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게 되었군요.
 일반인의 블로그도 그런데,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들은 아무리 개인 트위터나 블로그라 하더라도 글을 올릴 때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글 쓸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도 다시한번 했습니다.

 저는 주로 글을 올리고나서 퇴고작업을 하는데 글을 고치면서 보니 갑작스럽게 많은 댓글들이 달려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썼던 다소 과격한 표현들은 약간 다듬었습니다. 아직도 문제가 될만한 표현들이 많아 보이는데, 더 고치면 제가 좀 비굴해보일까봐 관뒀습니다.

 어쨌든 많은 의견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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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만에 블로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퇴근해서까지도 댓글에 댓글을 달고있다니 말입니다. 그러다 운동도 못갔네요.
 제가 쓴 글을 반복해서 되돌아보는 기회도 되었고,
 댓글들에 일일이 답하며 글을 통해 못했던 이야기를 좀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도 같습니다.
 
 허나, 아무리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오늘 김C의 발언은 경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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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출근해서 블로그를 열어보니 댓글이 몇개 더 달려있군요.
 어떤 분은 '일당백전사'라는 표현까지 쓰셨는데... 네, 맞습니다. 어젠 잠깐 그런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님이 말씀하신 '우월한 기분'까진 잘 모르겠군요. 그런 악플 상대하면서 '우월한 기분'이 든다면, 변태 또는 정신병자가 아닐까요?

 개인 블로그까지 찾아와 댓글로 공격하신 분들도 나름대로의 주관을 갖고 계시겠지만, 과연 김C가 어제 올린 트윗글이 그렇게까지 감싸고 돌만한 가치가 있는지, 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일당백전사'라는 말을 쓰신 바로 그분은, 김C가 조용하지만 털털한 면이 있어서 쉽게 잘 내뱉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사람이 원래 그렇다고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모두 용서가 될 수 있는건 아닙니다. 그런 말과 행동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봤던 김C는 님의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늘 별 생각없이 텅 빈 표정을 하고 있다가도 의외의 진중함이 언뜻언뜻 내비치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사려깊은 사람의 이미지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봤던 그 이미지는 원래 김C의 모습이 아니라 그저 '1박2일' 속 한 캐릭터로서의 김C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다큐 프로그램의 나레이션 등을 통해 보여준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도 어제부로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그안에 저런 면을 감추고 있었을 줄은 몰랐군요.
 아울러 '가식'이란 말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댓글을 읽으면서 제가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김C와 같은 주에 출연했던 씨앤블루도 3곡을 불렀다는 것, 그리고 예전에 출연했던 강호동 역시 3곡을 불렀다는 것 말입니다. 이 두가지 사실만 추가되어도 김C 발언의 가치는 훨씬 더 형편없이 하락합니다. 김연아 바로 다음에 출연한 '채연' 역시 3곡이었단 사실까지 굳이 추가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김C의 트윗글만 봤을 땐, 가수들에겐 모두 2곡만 부르라고 해놓고, 스포츠 선수인 '빙상의신'에게만 3곡의 특혜를 준 것 같은 의미만 전달됩니다. 저 역시 그런 의미로 이해했었구요.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겐 'SBS 김연아에게만 특혜'라는 왜곡된 사실만 남겠지요.
 
 '...2곡만 부르라더니 잘나가는 꽃미남밴드에겐 3곡 부르라하시네. 외모 차별 합니까?'

 '...2곡만 부르라더니 가수도 아닌 예능의신에겐 3곡 부르라하시네. 능력 차별 합니까?'

 김C의 트윗글이 저랬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었을지, 이곳에 모이신 '댓글전사'님들은 어떤 식의 댓글로 김C를 감싸안을지 사뭇 궁금해지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