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onica

서른 후반 삼촌 클러버의 센세이션 코리아 체험기(1)-행사장 스케치

피터블랙 2012. 7. 23. 16:42

2012년 7월 22일 새벽 5시 30분경킨텍스 제1전시장을 나섰을 때 밖은 이미 밝아져 있었다.

 이미 날이 밝아버린 이 사진들은 사실 이 후기의 마지막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나는 이야기를 좀 더 쉽게 풀어가기 위해서 맨앞으로 가져왔다. 이미 천국의 바깥으로 걸어나와서 일상생활로 돌아와 있는 지금의 상태에서는, 다시 그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바로 꺼내는 것보다 현실로 돌아온 저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여느 월요일들처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해서 근무시간을 충실하게 채우고 돌아왔다. 혹시라도 마음의 흐트러짐이 있을까봐 평소보다 좀 더 공들여 진료하려고 노력했다. 이번주부터 퍼스널 트레이닝 수업을 화, 목 2회에서 월, 수, 금 3회로 변경했다. 오늘 낮까지도 내 몸 곳곳에 잔류하고 있던 피로물질들이 저녁에 받은 빡센 퍼스널 트레이닝 후엔 개운하게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피날레를 두눈으로 꼭 지켜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나는 이미 집중력을 잃은 상태였고 내 몸은 더이상 음악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미 자리를 뜰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내 몸이 먼저 말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더 지치고 심드렁한 끝을 맞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같이 갔던 친구에게 '이제 갈까?' 하고 팔을 잡아 끄니까, 친구도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나섰다. 그때 이미 플로어의 인구밀도는 급격히 낮아져있는 상태여서 마지막 DJ 'Funkagenda'에게는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 우린 몸과 마음이 시키는대로 종료 30분을 남겨두고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나이 제한과 물관리에 걸릴까 신경을 써야하고, 불금이나 불토에도 점점 방구석 날라리로 전락해가는 나이든 클러버에게도 '센세이션'은 그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 예매한 티켓과 성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 하얀 의상, 그리고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몸과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센세이션'의 하얀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날 샐 때까지 버텼다는 사실 자체를 아주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진 속의 저 표정은 오히려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 순간에 느꼈던 그 느낌과 감정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날 샌 후 뿌듯해하는 저 인증샷이 찍힌 시각으로부터 7시간 30분 전, 나는 소프트 탑이 열린 미니 로드스터를 천천히 주행하며 이미 빈자리를 찾기 힘든 킨텍스 주차장을 헤매고 있었다.

 어렵게 주차를 한 후 다가간 행사장 주변은 이미 흰둥이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하얀 옷을 맞춰입고 모여있는 광경 자체가 보기드문 장관이었다.

 일단 건물 안으로 한번 들어가면 재입장이 안된다는 규정때문인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건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포스터 속의 인어 아가씨가 뇌쇄적인 눈빛을 보내며, 바깥 볼 일은 대충 끝내고 빨리 들어오라고 한다. 티켓 등급별로 마련된 부스에서 예매 티켓을 입장 팔찌와 무료 음료 쿠폰(1장)으로 교환한 후, 대형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 몇 컷 찍은 후 지체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킨텍스 건물 로비도 이미 흰둥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저 문이 바로 하얀 옷을 입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하얀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갔을 때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이번 '센세이션 코리아'의 공식 협찬사로 참여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부스였다. 올 하반기에 국내 출시 예정이라는 '뉴 C63 AMG 쿠페'와 지난 6월 국내에 출시한 '뉴 SLK 55 AMG 에디션1'이 전시되어 있었다. 물론, 요 녀석들도 둘 다 흰둥이였다. 개인적으로 벤츠는 실버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로드스터나 쿠퍼 모델은 화이트가 더 멋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신품 김도진의 베티도 흰둥이였구나.

 

 'Ocean of White'라는 테마로 꾸며진 공연장 내부이다. 저렇게 큰 해파리를 실제로 바다에서 만난다면 촉수가 몸에 닿기도 전에 심장 마비가 올 것 같다.

 

 DJ들이 서게 될 중앙 무대는 바닷속의 어떤 해양 고착 생물을 형상화한 것 같은데, 내 짧은 배경지식으로는 '말미잘'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측했다.

 

 공연장 앞 뒤로 걸린 대형 스크린은 산호가 장식하고 있다.

 

 공연장 안내도를 찍었는데, 조금 잘렸다. 잘린 부분 양쪽 VIP 구역이 두개 더 있고, 게이트와 반대편 방향에 흡연구역을 겸하는 휴식 구역(Rest Area)이 하나 더 있었다. 사진 상 '현위치'라고 표시된 저 구역에 푸드코트가 있었고, 그 앞의 파란 화살표를 따라 걸아나가면 야외 흡연구역으로 연결되었다.

 

 예매한 티켓과 교환한 입장 팔찌, 그리고 공연장에 입장할 때 나눠준 '하이네켄 팔찌'이다. 새벽 2시가 되면 이 팔찌에 일제히 불이 들어올거라고 했다.

 

 보라색 팔찌를 하고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디럭스 구역이다.

 

 디럭스 구역에 따로 바(Bar)가 마련 되어있었는데, 1층의 바에는 잔으로만 팔고있는 하이네켄을 병으로 살 수 있다는 것과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1층의 레귤러 바와 차별되는 점이었다.

 

 디럭스 구역에서 바라본 공연장 뷰이다. 중앙 무대와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했다.

 

 뒤 에 'BAR'라고 쓰여진 곳이 1층의 레귤러 바이고, 그 위가 VIP 구역이다.

 

 VIP 구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푸드 코트와 흡연 구역이 있는 휴식공간으로 통하는 통로이다.

 

 푸드 코트가 있는 휴식 구역의 모습이다.

 

 '롯데리아'와 'NY 핫도그 커피'가 들어와 있었다. 탑 라이너 'Fedde le Grand'의 무대 전 'Nic Fanciulli' 공연 때, 'Fedde'님의 공연에 대비한 에너지 충전을 위해 'NY hotdog Coffee'에서 핫도그를 사먹었다. 'Nic', 'Sebastian', 'Funkagenda'에게는 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8시간 동안의 공연을 달리기 위해선 페이스 조절과 적당한 체력 안배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상, '센세이션 코리아' 행사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첫번째 포스팅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을 너무 장황하게 풀어서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림일기 쓰는 기분으로 기억나는대로 자세하게 썼다. 시간이 지나면 내 기억도 가물가물해질 것이므로, 스스로를 위해서도 가능하면 많이, 그리고 자세하게 남겨두고 싶다.

 

 '서른 후반 삼촌 클러버의 센세이션 코리아 체험기' 그 두번째 포스팅은 '퍼포먼스'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다. 한편에 다 쓸지, 여러편에 나눠쓸지는 써봐야 알 것 같다.

 

 지난주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서 장마전선을 밀어내고나서 온대 저기압으로 약해져버린 후에 찾아온 '열대야'.

 '센세이션 코리아'가 나의 여름을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센세이션'이 끝난 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에어컨이 켜진 거실에서 더운 줄 모르고 있다가 조금 전에 무심코 방문을 열었는데 방안은 완전 한증막 같았다. 이제 포스팅을 끝내고 자러 들어가야 하는데, 에어컨을 끄고 방안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 TV에서 해주고 있는 런던 올림픽 특집 방송을 좀 더 보다가 들어가야겠다.

 몇일 후면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 여름의 절정에서 나를 기다리는 'UMF 코리아', 그리고 여름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연아의 '올 댓 스케이트 섬머 2012'까지... 이렇게 기다릴 것이 많은 이번 여름은 좀 더 더워도 괜찮다.

 내일 매우 중요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쪼록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간절하게 바라며, 저 후덥지근한 한증막 침실 속으로 자러 들어간다.

 

[다음편에 계속...]